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7년 영화 ‘덩케르크(Dunkirk)’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있었던 ‘덩케르크 철수작전(Operation Dynamo)’을 소재로 한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는 비언어적 연출, 시간의 비선형 구성, 극도의 몰입감을 주는 사운드 디자인 등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동시에 ‘얼마나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가’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놀란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역사적 고증과 창작의 균형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본문에서는 ‘덩케르크’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건과 어떤 점에서 일치하며, 또 어떤 부분에서 각색이나 왜곡이 있었는지를 비교 분석합니다.
역사와 일치하는 부분: 핵심 사건, 구조 규모, 분위기
‘덩케르크’는 1940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프랑스 북부 해안 덩케르크에서 벌어진 연합군의 대규모 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작전은 독일군에 포위된 약 40만 명의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영국 본토로 철수시키기 위해 수행되었으며, 약 33만 명이 살아 돌아온 역사상 유례없는 철수 작전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철수작전의 긴장감과 공포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처럼 영국은 해군 함정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 800여 척을 동원해 철수 작전에 참여했고, 영화에서도 소형 민간선 '문스톤'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설정이 충실하게 반영됩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 또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며,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의 공습과 영국 공군 스핏파이어 전투기의 교전 역시 역사 기록에 기초한 장면입니다. 또한 해안가에서 대기 중인 병사들의 불안감, 상선이 어뢰에 맞아 침몰하는 상황, 철수 중 구조된 병사들이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 등은 모두 실화에 기반한 설정입니다. 특히 영화가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말 없는 공포’와 ‘상황의 무력감’은 실제로 철수 작전에 참여했던 참전군인들의 회고록과도 일치합니다. 전쟁의 영웅 서사 대신, 인간의 생존 본능과 상황의 무게를 중심으로 묘사한 점은 실화적 정서를 잘 반영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작적 각색과 생략: 시간 왜곡, 인물 설정, 국가 간 균형
반면, ‘덩케르크’는 영화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위해 여러 역사적 사실을 일부 생략하거나 각색한 부분도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시간의 구성 방식**입니다. 영화는 ‘해변(1주일)’, ‘바다(하루)’, ‘하늘(1시간)’이라는 3가지 시점을 교차 편집하여 하나의 사건처럼 압축적으로 전개합니다. 이는 실제 시간 흐름과는 다르며, 특정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상 시간축이 서로 다릅니다. 또한 영화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가상의 인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 작전 지휘관이나 정치적 인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병사 토미, 민간 선장 도슨, 조종사 파리어는 모두 상징적 인물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의 보편적 감정 이입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실존 인물의 리더십이나 결정이 빠진 점에서 역사적 정보 전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되는 부분은 **프랑스군의 묘사 비중**입니다. 실제로 프랑스군은 후방에서 독일군을 저지하며 영국군 철수를 가능하게 만든 주역 중 하나였지만, 영화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거의 부각되지 않고 단 한 명의 프랑스 병사만 상징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점은 프랑스 언론과 역사학자들로부터 ‘영국 중심의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독일군은 영화 내내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며, 구체적인 전투 장면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적 선택이지만, 동시에 역사적 맥락을 축소시켰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사실성과 영화적 감성의 균형: 비판과 평가의 시선
‘덩케르크’는 전쟁영화로서의 사실성과 영화로서의 미학을 절묘하게 조율한 작품입니다. 놀란 감독은 전통적인 전쟁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경 설명, 정치적 메시지, 감정선 중심의 서사를 배제하고, 오히려 **전장의 ‘체험’**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감정의 재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관객은 역사에 대한 정보보다는 감각적 체험에 더 집중하게 되며, **사실과 감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공군 조종사 파리어가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마지막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해변에 불시착한 뒤 붙잡히는 장면은 사실감보다는 **영웅적 상징성**에 가까운 설정입니다. 이는 실제 전투기 작전의 운영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평론가들은 ‘덩케르크’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전쟁의 감정과 공포, 무력함을 시청자에게 직접 체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관객은 영화 내내 총성 하나 없이도 긴장하게 되며, 전투의 참혹함보다는 ‘살아남는 것’의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의 몰입은 단순한 고증의 정확성보다 오히려 더 강한 진실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덩케르크’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재현하기보다는 해석하고, 상징화한 전쟁 영화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 결과, 영화는 ‘사실이 전부가 아닌, 감정 또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서사 방식을 보여줍니다.
'영화 덩케르크와 역사적 사실의 차이'는 단순한 고증 비교를 넘어서, 실화 기반 영화가 어떻게 역사와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전장의 사실성과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며, 영화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